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입시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으로서 예고 문예창작과에 관심이 생겨 몇가지 질문을
현재 중학교 3학년 학생으로서 예고 문예창작과에 관심이 생겨 몇가지 질문을 하고 싶어요.1.글쓰는데에 있어 특출난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닌데, 현재 시점부터 문예창작과 입시 준비를 시작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늦은 걸까요.2.실기 시험 준비를 위한 학원이 대전 지역 근처에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3.문예 창작과의 입시 경쟁률은 대략 어느 정도 수준이며, 초등학교 이후 백일장 참여 경험이 거의 없는데 합격 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궁금해요.4.아무래도 예고이다 보니 실기 비중이 높다고 들었는데, 수능 혹은 내신 공부에 집중하기 어려워 질까요.
저는 한국출판학회 상임이사이자 〈더스쿠프〉 랩장, 그리고 10년째 ‘뉴스페이퍼 아카데미’에서 문예창작 실기를 가르치고 있는 이민우입니다. 중학교 3학년인 지금, 예술고와 대학 입시 두 갈래를 동시에 바라보며 마음이 복잡할 텐데요. 각각의 시간표·경쟁 구조·준비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한 호흡에 풀어드리겠습니다.
예술고 진학은 마라톤이라기보다 1,500m 중거리에 가깝습니다. 원서 접수까지 넉 달 남짓, 이미 2년 가까이 글쓰기 드릴을 소화한 지원자들과 겨루어야 합니다. 실제로 2024학년도 안양예고 문예창작과 경쟁률은 1.5 : 1 안팎이었지만, 실기 60%·내신 40% 구조에서 실기가 컷을 넘지 못하면 서류를 아무리 채워도 탈락이었습니다. 남은 시간은 촘촘히 써야 합니다. 하루 한 편 ― 길지 않더라도 자신의 언어로 상상과 관찰을 풀어낸 글 ― 을 완성하고, 주 1회 전문 첨삭을 받아 개정본을 다시 써 보는 리듬이 필수입니다. 국어·영어 내신은 3등급 이내를 지키되, 다른 과목은 ‘결석 없는 4등급’ 정도만 유지해도 실기 고득점과 합해 안정권에 들어옵니다.
대학 문창과 입시는 호흡이 더 깁니다. 고1부터 2년 남짓을 차분히 쌓을 수 있다면 성적이 조금 늦게 올라와도 만회가 가능하죠. 작년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수시전형 경쟁률은 약 17 : 1, 합격자 평균 내신은 3.5등급이었고, 동국대는 실기 70% 전형에서 71.9 : 1까지 치솟았습니다. 서울예술대는 27명 모집에 1,200명 넘게 지원해 46 : 1을 기록했으니 “자연계보다 쉽다”는 말은 환상일 뿐입니다. 반면 모집 인원이 5명 남짓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서사창작과는 공개된 자료마다 해마다 100 : 1을 가볍게 넘나듭니다. 대학들은 실기 비율에 따라 전략이 달라지는데, 중앙대·동국대처럼 실기 70~80%를 반영하는 학교는 ‘글의 완성도’가 서류를 압도하고, 명지대·단국대처럼 수능 60%를 보는 정시 전형은 국어·영어 표준점수의 힘이 결정타가 됩니다.
지역적 제약도 고민이시겠죠. 대전·세종권엔 예고·대학 문창 실기를 전문으로 꾸준히 운영하는 학원이 드뭅니다. 그래서 제 지도를 받는 충청권 학생들은 줌 실시간 반에 참여하거나, 토요일마다 서울·수원 쪽 집합반을 찾아옵니다. 중요한 건 ‘얼굴을 보여 주느냐’가 아니라 ‘원고를 끝까지 읽고 피드백을 해 주느냐’입니다. 반 정원이 10명 이하, 매주 첨삭 리포트를 공유하는 곳이라면 온라인이어도 충분히 근육이 붙습니다.
실기 준비의 핵심은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첫째, 읽어야 쓴다. 최근 10년간 수상작 시집과 젊은 작가상 수록 단편집을 필수 목록으로 삼아 보세요. 둘째, 필사와 재창작. 좋은 문장을 손으로 베껴 쓰고, 구조를 변주해 내 문장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야 합니다. 셋째, 합평과 개정. 친구·멘토 앞에서 내 글을 소리 내어 읽고, 받은 코멘트를 반영해 최소 두 차례는 고쳐 써야 실전에서 90분 안에 1,500자 서사를 안정적으로 완성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음 근력을 위한 조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예고이든 대학이든 “늦었다”는 말은 시작이 두렵다는 또 다른 표현일 때가 많습니다. 오늘 밤 공책 한 귀퉁이에라도 20줄짜리 미니 산문을 써 보세요. 익숙하지 않은 단어를 사전으로 찾아 보고, 내일 아침 큰 소리로 다시 읽으며 어색한 호흡을 끊어 보는 순간부터 합격의 시간이 흐르기 시작합니다. 저 역시 원고지 냄새가 묻은 붉은 펜으로, 당신의 문장이 한 걸음씩 단단해지는 과정을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 문학의 길목에서 곧 뵙겠습니다.